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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S

왜 미국 치과의사들은 자기들이 진료를 못하고 다른 곳으로 보낼까?

치대에 다니고 있으니 아무래도 가끔 치과에 대한 상담을 해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분들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치과에 대해 다소간 오해하시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3편에 걸쳐서 아래의 순서대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미국 치과는 실력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딴곳으로 보낸다.

어떤 분이 제게 치아 관련 상담을 했습니다.

사랑니가 살짝 썩어서 미국 치과를 갔는데, 치아가 뽑기 힘든 구조이니 전문의에게 가라고 했다더군요.

견적을 냈더니 한국 돈으로 백수십만원이 나왔답니다.


미국에서도 일반 치과에서 이를 뽑으면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의에게 가면 경우가 다르지요.


마침 그 분이 한국에 나가실 일이 있다고 하셔서, 당장 많이 아프지 않다면 한국에 가서 뽑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이런 것은 한국에 계신 분들이 치아를 뽑을 때의 위험성을 아시면서도 낮은 진료비에 위험을 감수하고 발치를 해 주시는 한국 치과의사분들께 감사하셔야 하는 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에 가면
치과 한 군데서 모든 것을 다 해주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더라..


미국 치과의사는 못하는 진료가 왜그리 많은지…

사랑니도 안뽑아주고, 신경치료도 안해준다는 불만은 아주 흔합니다.

하물며 미국 사람들 조차 멕시코로 치과치료 원정을 다니기도 합니다.

(높은 의료비용 때문에 인도로 의료원정을 가는 경우도 많지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미국 치과의 전문의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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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61 original by Garry - www.visionandimagination.co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미국은 한국과 달리 치과의사의 전문의 제도가 자리잡혀 있습니다.


의사도 일반 의사말고 (한국에서는 가정의학과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내과, 외과, 정형외과 같은 전문의가 있듯이 말이지요.

미국의 경우 치과분야에 9개의 전문의가 있어서, 치대 졸업후 전문 과정을 따로 이수하게 됩니다.

보통 2년에서 6년의 추가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도 전문과정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치대 졸업 후에는 구강외과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진료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전공과목을 했더라도 치과의사가 되어 모든 과목을 진료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문의 제도는 사실 장점이 뚜렷합니다.
일반적인 치과의사가 진료할 시 위험할 수 있는 진료에 대해 좀 더 복잡한 치료를 시행하는 상위 과정을 두어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국의 경우 일단 전문의로 진료를 시작 하면, 내 전문과 외의 환자를 볼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교정 전문의가 교정 전문으로 개업을 하면 이빨을 뽑거나 잇몸 수술을 할 수도 없지요.
전문의의 전문성을 지속시키기 위함입니다.


만일 전문의가 아무거나 마음대로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인기가 있는 진료분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전문의들도 자신들이 진짜 “전문의”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진료를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도 오래하고, 입학 경쟁도 치열합니다.

한 학교에 한 과목의 학생을 일년에 한 명 뽑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농담으로

"구강외과 전문의와 하나님의 유일한 차이는 구강외과 전문의들은 자신들이 신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라고 하기도 합니다. ^^


그만큼 자부심이 강한 것이 미국의 치과 전문의들입니다.


보철과 전문의의 경우, 사고로 얼굴의 반을 잃은 환자를 위해 인공 눈이나 코등을 만들어 얼굴을 재건하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교정 전문의의 경우 두개골 깊숙히 박혀있는 치아를 교정장치를 이용해 입속으로 가져오는 마술(?)을 선보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치료에 따라 아주 비싸고 특수한 장비를 갖춰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장비를 못 갖춘 경우 종합병원 수술실을 빌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비용이 비싸게 되는 것입니다.

가끔 일반 치과에서 발치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다른 치과의사에게 가면 그냥 뽑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일반 치과에서 발치를 했으니 $1,000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없겠지요.

그래서 미국에서 한인들이 한국 의사분들을 선호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냥 정으로 밀어붙이면 위험을 감수하시면서 그냥 뽑아주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

(반면, 제가 아는 어떤 미국 치과의사는 모든 사랑니 발치를 수십년간 전문의에게 보내기만 했다고 하더군요.)

신경치료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 전문의에게 보낼까?

뭐.. 전문의 제도가 어떤 것인지는 이만 하구요.

그런데 왜 심심하면 전문의에게 보내서 (한국에서는 그냥 치료하는 것들을) 치료비가 많이 나오게 될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험과 소송의 문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미국의 보험제도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보험금도 비쌀 뿐더러, 왠만한 정도의 치료가 되면 보험 적용도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록 본인 부담금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왜 한국이 미국식 보험 민영화를 하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게다가 이런 행태에는 미국에서 의료관련 소송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것도 관련이 있습니다.

일단 소송 비용이 천문학적일 뿐 아니라, 일단 소송이 걸린 병원은 이미지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의사들이 가능한 안전한 방법을 택하려 하지요.


예를 들어, 지난 번 글에 어떤 분이 댓글로, 아이가 아파서 치과를 갔는데, 전신마취를 하고 5군데 정도 간단한 치료를 했는데 결국 만 오천불(천칠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나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만일 전신마취를 종합병원 수술실에서 하지 않고, 수면치료를 하는 독립된 소아치과로 갔으면 그정도 금액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도 울고 있는 아이가 버둥거려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면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그냥 전신마취로 간 경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환자가 다른 치과를 찾아가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지요.


한국의 경우...

보통 어르고 달래거나 협박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온몸으로 붙잡고 진료를 하시지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한국의 치과의사분들은 정말 성실하게 진료하시는 겁니다. ^^



미국에서 (병원도 그렇지만) 치과진료는 주치의와 전문의의 개념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내 주치의인 일반 치과의사는 6개월이나 1년마다 검진을 하고, 내 의료 기록을 관찰하여 내 건강을 관리해주는 사람입니다.
주치의가 해 줄 수 있는 치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게 보통 전문의가 되지요.

보통 미국 사람들이 내 치과의사(My dentist)란 표현을 씁니다.
이 때 내 치과의사라고 하면, 내 사랑니를 뽑아주거나 교정을 해준 전문의가 아니라, 내 구강 건강을 담당하고, 정기 검진을 하는 일반 치과의사 (General Dentist)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글을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미국에서 비행기값이 나올 정도로 비싼 치료비는 전문의에게 갈 때가 대부분이다.
3. 의료 소송의 부담, 보험회사의 횡포가 이런 현실의 배경에 있다.
4. 한국의 의료보험은 참 좋다. ^^


미국에서 치과비용을 절약하는 방법 - 꼭 읽어봅시다.

1. 바른 칫솔질과 치실사용을 배워서 빼먹지 말고 할 것.

2. 보험이 있든 없든, 내 몸을 위한 보험이니 치과에 정기 검진을 일년에 1-2회는 꼭 갈 것.

3.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으면서 꼼꼼한 단골 치과의사를 만들것 (치과대학도 좋은 선택임)

4. 혹시 위의 사항을 지키지 못해 치아가 아프면 겁내지 말고 치과를 방문하여 "진단"을 먼저 받을 것.

두 군데 이상의 치과를 가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 "진단"결과에 따라 미국에서 치료를 할 것인지, 한국에 돌아갈 것을 기다릴 지를 결정

응급한 경우가 아닌데 비용이 높을 경우 치과의사에게 한국에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는데, 기다렸다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아도 되겠냐고 당당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