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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S

한국 치과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다?


치대에 다니고 있으니 아무래도 가끔 치과에 대한 상담을 해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분들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치과에 대해 다소간 오해하시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3편에 걸쳐서 아래의 순서대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오늘 다룰 오해는 한국의 치과 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또한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의 치과 수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한국이 뛰어나다고 오해하시는 일부 한인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입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이번 시리즈를 포스팅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치과 상담을 해 왔는데요.

다음 달쯤 한국 가는 비행기표를 사놨는데, 치아가 아파서 빨리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을 하셨습니다.

비행기표 바꿀 돈이면 그냥 미국에서 진료를 받으시라고 했더니, 미국 치과의사는 너무 못한다는데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도 괜찮냐는 말을 하더라구요.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그런데 예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미국의 한인 중 종종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떤 분은 미국에서는 아예 치과를 가지 않다가 4년인가 5년만에 한국에 방문해서 치과를 가셨다고 합니다.

그 분 말로는 묵힌 문제를 싹 해결하고 오셨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그 치과의사분께서는 미국은 치과비용이 비싸고, 한국 치과가 실력이 좋으니 굳이 미국 치과를 가시지 마시고 다음에 한국 나와서 자기 병원에 오시라고 했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아주 극소수의 예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치과의사분들은 그런 경우 미국에서 조금 비용이 들어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치과를 찾아 정기 검진을 받으실 것을 권하겠지요.


그러나 그런 극소수의 의견이 이상하게 다수로 퍼져나가 일반론이 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오해와 비판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오늘의 포스팅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밝히겠지만, 저도 잠시 참으실 수 있으면, 한국으로 치과 가시라고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진료로 돈버는 입장이 아니니 오히려 좀 자유롭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일부 한인들이 한국의 치과 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는 데에는 단순한 애국심 외에도 몇 가지 오해가 겹쳐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제 주변에서 한국 치과기술은 세계최고라는 말을 굉장히 흔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최고수준이라고 쓰면 저도 동의하겠지만, 세계최고라는 것에는 100%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류의 오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치과 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다.

둘째로, 한국인 치과의사가 미국인 치과의사보다 뛰어나다. (손재주가 좋아서?)


몇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크라운이나 땜질을 해왔는데, 미국 치과에 가니 그 위대한 결과물에 감탄하더라…

라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한인은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 사람들의 호들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 치과를 가보면, 환자들이 크라운같은 보철을 하고 있을경우 상태가 양호하면, 이거 정말 좋다라고 말을 해줍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한국에서 크라운을 해 온 환자의 경우 한국의 치과 (또는 치기공) 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의사들은 한국에서 한 크라운이라서 좋다는 게 아니라 의례적으로 좋다는 말인데, 환자들은 마치 한국에서 해온 크라운이 너무 좋아서 미국 의사가 감탄을 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한국 사람의 손재주가 뛰어나서, 치과에 가보면 느낌(?)이 다르다.. 는 분들도 있구요.

같은 미국 치과라도, 한국 치과의사의 꼼꼼한 손재주에 감탄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물며 미국인 중에도 아시안이 손재주가 좋다면서 아시아 치과의사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으로써 저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

제가 치과진료를 하고 있는데, 제게 와서 한국 치과의사가 진료를 잘하니 여기에 왔다는 환자가 있는데 기분이 나쁘진 않겠지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주위를 둘러보면 반대가 되는 예도 있습니다.


서울의 모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신경 위쪽 부분만 걷어내고 그냥 덮어서 신경관이 다 막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경우 미국에서 전문의에게까지 올라가서 겨우 치료를 다시 했습니다.

(물론 이 분이 한국에서 거주했다면, 한국에서 재치료를 잘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사람이 한국에서 크라운을 해 왔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한 달도 못 되어 잇몸에 염증이 생겨서 크라운 제거하고 다시 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이분의 경우 크라운을 다시 하기 위해 본을 떴는데 크라운 주위 치아가 일자로 갈려 있었습니다.

크라운을 준비하기 위해 치아 삭제를 하다 옆 치아를 완전히 갈아낸 것이지요.


그럼 위의 두 경우를 보고 모든 한국 치과의사들의 손기술이 형편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환자의 경우, 서울에서 한 치과만 고정적으로 10년을 넘게 다녔는데, 미국서 검사를 해보니 충치들을 열개가 넘게 방치하고 있었구요. (마지막 치과를 갔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습니다.)

덕분에 십여년간 미미한 두통에 계속 시달리셨습니다.
미국에서 치과 검사와 치료를 마치고는 두통이 사라졌지요.


그러면 이런 경우를 놓고는 한국 치과의 진단 수준이 형편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위의 예는 한국의 아무 치과의사에게 가도 미국의 치과의사에게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오해를 풀기 위한 예입니다.
모든 상황은 실제 경우이고, 당연히 미국에서 치료를 하고서 잘못 되어서 미국이나 한국에서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글로 인해 한국이나 미국의 치과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나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치과의사의 기술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에 따라 다른 것이지, 한국인이라서 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미국에서 한인이 한국 치과를 찾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말이 잘 통해서이지 손기술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국인의 손기술이 세계최고는 아니다라는 제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

누누히 강조하지만 치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기 때문에, 기술 좋은 치과의사도 찾아야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치과의사에게 꾸준히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 치과의 첫 방문은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보시려면 펼쳐보기를 눌러주세요.




성향의 차이를 실력의 차이로 생각하는 경우

또 다른 경우는 미국과 한국의 치과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첨단 기술의 사용 입니다.

 

한국은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삽니다.

유행에 민감한 도시에서 치과가 살아남는 방법중 하나는 최신 기술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소위 최신 기술을 먼저 도입하는 치과들은 대부분이 LA나 뉴욕같은 대도시에 있는 곳들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의 조건 중 하나는 끊임 없이 공부하는 의사입니다.


그런데 한국 분들이 한국에서 치과를 가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한국 치과는 시설도 좋고, 친절하고, 기기도 좋은 것을 쓰는데, 미국 치과는 그러지 않더라.

(물론 미국에도 치과의 수준이 다양해서 틀니 한짝에 만불을 넘게 받는 최고급 치과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그런 치과를 가지는 않지요.)


거기 까지는 좋은데, 그런 첨단 기술과 시설을 의사의 실력과 연관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좀 극단적인 반박을 하자면 그런 첨단 기술들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한국에서 개발되었을까요?

그런 기술들의 배경이 되는 이론은 어디서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건 마치 삼성이 퀄컴칩으로 핸드폰을 만들면서 핸드폰 만드는 기술은 삼성이 최고다(퀄컴보나 낫다)라고 광고하는 것을 연상케 합니다.


즉,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기술력"이란 것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한국 치과기술이 정녕 최고라면, 한국 치과의사들은 왜 미국으로 연수를 오고, 학위를  따러와서 한국에서 그 간판을 걸고 치과를 차릴까요?

왜 치과학 교재는 미국 원서를 보는 것일까요?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이 글의 목적은 미국 치과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인이나 유학생들 중 미국 치과기술이 지나치게 낙후되어 있다고 오해를 하시는 분들을 위함입니다.

한국서 치과의사를 하시다 미국 유학을 와서 공부하신 어떤 분이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한국 치과는 술식이 좋고, 미국 치과는 기본에 강하다.

뭐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중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가 다른, 성향의 차이란 것입니다.


미국 안에서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당장 레진과 아말감만 해도, 미국에서도 아말감을 전혀 시술하지 않는 치과의사가 있는 반면, 아직 아말감을 선호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어느쪽으로 해야 된다라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른 교과서적인 선택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요.)


이런 것은 성향의 차이라고 부르지 실력의 차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신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여서 쓴다고 기술이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 중에는 최신 기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좀 보수적으로 잠시 지켜보는 측이 있지요.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레이저를 쓰지 않으니 실력없는 의사다라고 한다면 정말 OTL입니다.


또 하나, 성향의 차이는 속도의 차이입니다.

한국 분들 중 저를 포함해서 성질 급한 분들이 많지요.^^

이런 성향이 무조건 빨리 아픈 것을 없에주는 치과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것은 미국에서 살아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동감하시겠지요.

한 두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던지...


치과쪽에서도 비슷합니다.

미국 내에서도 틀니 하나 만드는데 다섯에서 여섯번 반나절씩 방문을 시키는 곳이 있는 가 하면, 두 세번 방문에 만들어 주는 곳도 있습니다.

충치 하나 치료하는데도 검사를 두 번 세 번하고 치료 과정마다 검사해 가면서 치료하는 곳이 있는 가 하면, 일단 파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상태를 보아 치료를 하는 쪽도 있습니다.


사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으나, 환자들은 빨리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치아 하나가 아파서 왔는데, 한 시간이 넘는 진단을 하고 있으면 (위에서 설명했듯, 미국 치과의 초진 시간은 보통 한 시간이 넘습니다.) 어떤 환자는 화를 내기도 합니다. ^^;

물론 정말 응급한 경우는 당연히 그 문제를 먼저 처리 하겠지요.

어떤 치과의사 분은 요즘 환자는 치과를 패스트푸드점으로 생각한다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이런 속도의 차이가 한국 치과, 혹은 한국인 치과를 선호하게 만드는 (혹은 잘한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말
1. 손기술은 꼭 한국 의사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 차이이다.
2. 미국이나 한국의 치과 수준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치과 간다고 잡아 먹지는 않는다.
3. 내가 있는 곳 주변의 좋은 치과를 찾아 꾸준히 관리를 받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최선의 치과 이용법이다.

다음 포스팅은 왜 미국에서 사랑니를 뽑거나 신경치료를 하는 것이 그렇게 비싼지, 어떤 경우에 한국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비행기표가 나오는 경우가 생기는 지를 일부나마 아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