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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tistry

타액 (1) 침만 가지고 병을 진단할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검사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피검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피속에는 각종 항체와 단백질이 떠돌아다녀서, 피를 검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피검사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피검사라는 것이 만만하지 않지요.

일단 주사바늘을 찔러 피를 빼야 하니까요. ^^;;

미국에서 한 두가지 피검사를 하는데 큰 주사기 두 개에 피를 빼갈 때면 -_-;;

게다가 살을 뚫어야 (invasive)하기 때문에 감염의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피를 빼지 않고도 많은 검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타액을 이용해서 몸의 이상을 검사하는 방법이 실용화에 다가서고 있는데요.

 

왜 하필 타액일까?


타액은 기본적으로 체액에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속에는 우리 몸의 이상을 나타내주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일단 혈액에 포함되어있는 성분이 대부분 들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침을 몸의 거울 (mirror of the body)라고도 부릅니다.

단지 그 양이 너무도 적어서(피의 1/10에서 1/100배), 이제까지는 피검사와 같은 정밀함은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전학과 단백질을 연구하는 학문의 발전과, 새로운 기술(마이크로어레이나 프로테오믹스)의 보급으로 침으로 특정 질병을 검사하는 정확도가 거의 80% 이상으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조만간 임상에 적용이 가능할 날이 올 것 같네요.

 

참고로 제가 방학때 프로젝트를 하는 연구실이 침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곳이라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침에 대해서 좀 자세히 다루어 보지요.

어쨌든, 침으로 검사하는 것은 피 검사에 비해 채취가 간단하고, 비용이 싸며, 양을 무지 많이 뽑을 수도 있고, 살을 뚫지 않아도 되니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안전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가장 많이 나는 의료사고 중 하나가 바늘에 찔리는 것입니다.)

소변검사에 비해 덜 지저분하기도 하지요. ^^;;

만일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집에서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간단히 질병을 검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계를 손에 들고 침만 뱉으면 (지저분한가요? ^^;) 몇 초 안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당뇨같은 만성질병을 가진 환자에게는 희소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피를 내지 않는 혈당 검사가 가능해 질 테니까요.


타액 검사의 역사와 방법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침 내에서 구성성분의 비율이 그나마 높은 호르몬의 양을 측정하는 정도나 일부 박테리아를 검사해서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특히 침을 검사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에이즈(HIV-1) 검사를 구강내의 체액을 채취해(oral mucosal transudate) 하는 방법은 FDA의 승인도 받았었지요. (1996년 OraSure)


이 제품의 경우는 침보다는 고 농도의 체액을 채취했기때문에 정밀도가 높았지만, 그다지 간단하지도 않고, 집에서 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충치의 가능성에 대한 고전적인 검사도, 타액을 채취하여 합니다.

그런데 이 방법도 침 속의 특정 세균을 배양하여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러다 최근에 유전학의 발전으로 침내의 미량 섞여 있는 단백질과 핵산(특히 mRNA)를 분석하여 질병 검사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상인의 타액 속에서 나오는 수만개의 단백질을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을 이용하여 지도로 만들고, 환자의 그것과 비교하여 그 병의 특징을 찾아냅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여 최근 어떤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과잉반응으로 침이나 눈물의 분비가 없어지는 쇼그렌 증후군(Sjogren’s syndrome)을 가진 환자의 침을 일반인의 침과 비교했더니 27개정도의 유전자가 일반인 보다 특별히 많이 발현하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또다른 연구팀들은 암환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하여 주목할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런 연구가 축적되면 특정 질병에 대한 특징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놓고, 피검사자의 침의 조성이 그것과 비슷하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현재로써는 UCLA 치대가 침을 이용한 질병검사에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UCLA의 침내 유기구성물질 정보센타 (Salivaomics Knowledge Base - 번역을 하려니 좀 이상하네요. ^^)에는 현재 밝혀진 침의 구성과 침을 이용해 발견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모아놓고 있습니다.


타액으로 검사 가능한(할) 질병들


현재까지 알려진 침으로 검사 가능한 질병, 혹은 조만간 가능한 질병은 아래와 같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 – 아마 요구르트 선전에서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

제가 관심이 있는 균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에게 특히 많은 균이기도 합니다.

이 균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균의 전파경로가 입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많은 의사나 연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헬리코박터에 대해서는 3월에 좀 더 자세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충치균 – 충치 발생인자가 되는 충치균을 검사합니다.

지금은 침을 수집하여, 침 속의 특정한 세균을 배양한 다음,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는지를 대략 추정하는 방법을 썼는데, 번거롭고 시간이 걸립니다.

몇 분내에 검사를 끝낼 수 있다면 치과에서 한 번 방문에 검사과 결과가 나오니 좋겠지요.


에이즈 -1996년에 FDA승인되었지만 승인된 방법은 하지만 침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강내 체액을 채취하여 사용하는 방법) 하지만 조만간 침에서 바이러스의 핵산을 검사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 같습니다.


- 30여가지의 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분비계통 기관의 암을 진단하는데 유용할 것입니다.


마약 측정 - 경찰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약 사용여부는 침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외에 조기 발견이 잘 되지 않지만, 침을 이용하면 치료 가능한 시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질병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직 실용화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이 지나야 발견되는 질병들이 침을 통한 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해 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달 피검사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구강암, 쇼그렌 증후군 (Sjogren’s syndrome), 유방암, 췌장암, 폐암, 난소암, 당뇨, 치매 등등

 

남은 과제는 얼마나 진단을 정확하고 빠르게 하는 기술을 간편한 기계에 넣느냐는 것이지요.

조만간 치과에 정기검진만 가셔도 따로 피검사를 받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

 

보너스 - 음주단속시에 질병 검사를 한다면?

 

길이 갑자기 막히면서 음주단속을 하는 것, 참 귀찮지요?

하지만 음주단속에 참여하면, 암 검사를 해준다고 한다면 어떨가요? ^^

2009년에 주목할만한 과학적 성과 10가지 중 8번째로 이름을 올린 것이 “Breathalyzer Detects Lung Cancer”, 즉 입김으로 폐암을 진단하는 기술입니다.

이스라엘의 연구진이 나노 기술을 이용하여 폐암이 전이된 폐의 세포들이 내어놓는 물질을 잡아내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참고: http://www.skb.ucla.edu/ (UCLA 치대 saliva lab)

http://www.hspp.ucla.edu/wong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