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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tistry

충치 백신이 만들어 진다면?


충치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음부터 충치의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다루겠다고 했는데요.

굉장히 방대한 내용이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교과서식의 정리된 글보다는 오늘은 조금 흥미있는 주제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지만, 충치가 생기기 위해서는 박테리아, 당분, 시간, 그리고 치아 라는 요소가 모여야만 합니다.
우리가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칫솔이나 치실은 이에 붙은 플라그를 떼어내는 것입니다.


Streptococcus mutans - 충치의 주범인 박테리아입니다. (from wikipedia.org)


그런데 칫솔질, 치실 하시는 게 정말 귀찮지 않나요?
저도 그렇습니다.^^

만일 충치 예방 주사가 있다면 어떤가요?
맞기만 하면 충치 걱정 끝...
밤에 입이 심심하여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 넣고도 충치 때문에 칫솔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않고 잘 수 있다면... ...
저같아도 행복하겠습니다. ^^

하지만 아마, 충치 예방주사라는 것 조차 들어보신 분은 흔치 않으실 겁니다.


그럼 충치도 박테리아에 의해 생기는 병인데, 왜 충치 백신은 없을까요?

(충치는 박테리아가 만드는 병이고, 이 박테리아는 사람사이를 옮겨다니는 전염성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어머니에게서 아이에게로 전염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첫 치아가 나기 전인 6개월미만의 아이에게서는 충치를 유발하는 S. mutans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 Byontae (아이디가 ^^;)님께서 댓글로 정정해 주셨는데요.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미만의 아이에게서도 S. mutans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요. 단지 박테리아가 발견된다는 것 뿐이지, 입안에 살고 있다는 점은 아닙니다.

이전글을 참조해 주세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론적으로 충치 백신은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만들어지고 있다라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그래서 지금 개발중인 충치 백신을 한 가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미국 정부 산하의 치과 전문 연구 지원 센터정도 되는 곳입니다.
(The Nation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과연 얼마나 좋을 지 생각해 보세요. ^^

충치는 세 단계를 거쳐 발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치아 표면에 충치균(S. mutans)가 달라붙고, 그 박테리아들이 biofilm을 생성하여 모여들면서 포도당과 글루칸(glucan)을 주변에 생성한 후, 그 포도당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산(lactic acid)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마치 도미노와 같은 이 과정에서, 충치 균들이 아예 이에 붙지 못하게 하거나 서로 뭉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 충치 백신의 핵심적인 방법입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현재 동물실험을 끝내고 임상실험이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 백신은 충치균이 어머니에게서 아이에게 전달되어 번식하기 전, 즉 아이의 첫 유치가 나기 전이 주사를 맞는 (실제로는 코로 불어넣는 방식) 적기가 됩니다.

예방 접종이 끝나, 면역기능이 잘 개발되면, 아이는 특수한 항체를 분비하게 됩니다.

이 항체는 충치균(s. mutans)표면에 있는 특정한 단백질에 달라붙게 됩는데요.

이 단백질(AgI/II)은 mutans가 치아 표면에 붙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문어의 빨판을 생각해보세요)

결국 충치균이 치아에 붙질 못하니, 충치가 자연스럽게 예방되는 원리입니다.

(엄밀하게 s. mutans는 직접적으로 이빨 표면에 붙지는 않고, 다른 박테리아를 매개로 해서 붙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충치균의 표면에 항체(S-IgA)가 붙어 이빨 표면에 못 붙게 되는 모식도 (from Dr. Russell's lecture)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충치 예방 주사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연구진에 의해 십 몇년 전에 임상실험까지 끝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수동적 방식의 백신(Passive immunization)이라고 해서 10대를 대상으로 계속 항체를 뿌려주는 방식이었는데요.
불편하고 효과가 아주 좋지 않아서 시판되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위키피디아나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그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충치 예방접종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며 첫 연구는 거의 3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럼 왜 우리는 아직 충치 예방 접종을 맞지 않을까요?

몇 가지 문제점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먼저 이 예방주사의 효력은 100%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모든 사람을 위한 꿈같은 평생 보장의 백신이 아니란 것이지요.


우리몸의 면역 타겟을 직접 박테리아로 잡아 제거하는 방식도 아닌데다, 충치를 유발하는 다른 균도 존재하거든요.

게다가 충치발생이라는 것이 박테리아 외에도 많은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이죠.

이 아이가 백신을 맞아서 충치가 안생기는 건지, 이를 잘 닦아서 안생기는 건지, 아니면 타고난 체질이 좋은 건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S. mutans란 넘이 워낙에 충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서, 이넘만 막으면 충치는 거의 예방할 수 있다고 이 연구진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치과의사분들도 동의하실 거라 믿습니다.)


실제 이 연구를 진행하는 4개의 대학 연구팀 중 하나를 맡고 계신 Dr. Russell은 50%만 되도 맞아 볼 만하지 않느냐라고 하셨는데요. ^^
(Dr. Russell 본인은 거의 70-80%의 예방효과를 확신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가격이 싸져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ㅋㅋㅋ

여담이지만, 생각외로 많은 백신이 시장성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Lyme disease라는 질병의 백신 같은 경우지요.

뭐.. 결정적으로, 이 충치 백신은 아직 최종 임상 시험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 나오고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 받는데는 최소 수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충치 백신이 상용화단계에 접어들어 어느정도 저렴한 가격에 나온다면, 굉장히 흥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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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취제거와 잇몸병 방지를 위해 칫솔질은 하셔야 할 겁니다. ㅎㅎㅎ…

(개인적으로 좋은 백신이라 생각하면서도 앞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 

 

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100% 저 백신은 맞으실 수 없습니다.

6개월 미만의 유아가 맞아야 하거든요

칫솔질 부지런히 하세요~~~

 

참고

Russell MW et al, A Caries Vaccine? The state of the science of immunization against dental caries.Caries Res. 2004

Microbiology lecture from Dr. Russell, 2009 

Panel of Caries Vaccine, Natrio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http://www.nidcr.nih.gov)

Wikipedia (http://www.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