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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읽었던 책 -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월든월든 - 10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이레
패시브 하우스에 관한 글을 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월든이란 책이 떠 올랐습니다.
굉장히 가치있는 책이라는 느낌이었는데요.
알라딘 서평 기능도 확인해 볼겸 예전에 끄적거렸던 몇 꼭지를 올려봅니다.
 
Walden #1 - 물질과 정신
[ 거의 어느 위도에서나 사람이 땅을 파고 들어가면 일정 불변의 온도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가장 호화로운 주택에도 지하 저장실이 있으며 사람들은 옛날과 다름없이 거기에다 근채식품을 저장해 둔다. 지상의 건축물이 사라지고 나서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후세 사람들은 이 지하 건축물의 흔적을 본다. 그러고 보면 아직도 집이란 땅굴 입구에 세운 일종의 현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 강승영: p66>

월든 호숫가에서 소로우의 생활을 기록한 이 책은 처음에는 딱딱한 문체와 사소한 일들의 나열에 지루함을 느끼지만 읽어갈 수록 소록소록 돋아나는 막 건져올린 회맛같다. 숲에서 산다는 것, 인류의 발전이란 화두에 조용한 반론을 제기하는 소로우의 통찰에 감동하며 나도 그런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져보곤 한다.소로우는 가장 오래된 지식들의 소중함을 말한다. 단순하게, 쉽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진실인 경우가 많다.
집이라고 하는것, 우리는 흔히 의/식/주를 동급으로 두고 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로 나눈다. 하지만 이것이 '필수'의 범위를 넘어갔을 때 오는 부작용은 어떠한가? 이 글이 쓰인 당시와 지금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소로우가 지적하는 '거대한 집의 무용함'은 생각해 볼 만하다.
집을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한 번 귀를 기울여 봄직하지 않은가?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작은 움막을 지어도 현대의 집 (소로우가 살던 시절을 기준으로) 못지않는 거주공간의 형성이 가능하다면 왜 거대한 응접실과 식당을 마련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 '내집'이란 것은 '내차'와 함께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게 과분한 것을 가지기 휘해 현재를 포기하는 모습은 모순일 수도 있는 것을... ...

Walden #2 - 정신적인 것의 가치
[ 나는 흔히 시인이 어느 농장의 가장 값진 부분을 즐기고 물러나는 것을 보는데, 이때 무뚝뚝한 농부는 그 시인이 그저 야생 사과 몇개를 따갔으려니 하고 생각할 뿐이다. 그 농부는, 시인이 그의 농장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훌륭한 울타리인 운율 안에 옮겨 놓고, 거기에 가둔 채 젖을 짜고 지방분을 걷어낸 다음 크림은 전부 가져갔으며 자기에게는 찌꺼기 우유만을 남겨 놓았다는 것을 몇 해를 두고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 강승영: p119>

정신적인 것의 가치.. 라고 썼지만 인간이 누리는 행복의 상대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로우는 정신적인 것을 잔뜩 누린 시인과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농부를 비교했지만 사실 서로가 느끼는 행복감의 절대량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부는 자신이 일해 얻은 수확물에서 얻는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데서 오는 행복감의 비교는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는 해를 보면서 오늘 일의 고달픔이 이제 끝났다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것과 석양의 아름다움을 감탄하며 이제 어둠속으로 사라질 그 모습을 보게 된 것에 감사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Walden #3 - 정말 좋은 것
[ 농장을 살 때는 탐을 내서 바로 달려들지 말고, 먼저 그것을 머릿속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보라. 그것을 살펴보는 데에 수고를 아끼지 말 것이며,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만약 그것이 좋은 농장 이라면 자주 가서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게 될 것이다.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 강승영: p121> - 본문속에서 저자가 카토의 [농업론]을 인용한 부분.

정말 좋은 것이라면 새기면 새길수록 더 마음에 들 것이다.

Walden #4 - 침묵의 대화
[ 만약 우리가 서로의 마음 속에 있는 것들 중 대화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을 진정 알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침묵을 지키며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신체적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말이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는 큰 소리를 쳐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섬세한 것들이 있다. ... ]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 p202>

맘에 맞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그냥 있는 것... ...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 한 잔을 손에 들고 어둑해지는 창밖을 그냥 보는 것... ...한 대의 기타 소리와 함께 따스한 햇살이 잔디에 내리는 그곳에 함께 하는 것...어떨때는 .. 사랑하는 누군가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을 잃을 때이런 것들은 정말 좋은 대화가 된다.

Walden #5 - 마음의 밭에는...
[ 내년 여름에는 콩과 옥수수를 그처럼 열심히 심지 말고 씨앗만 있으면 성실, 진리, 소박, 믿음, 순수 등의 씨앗을 심어, 적은 노력과 거름을 주더라도 그것들이 이 땅에서 자라나 나의 양식이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보자 ]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 p235 >

내 마음의 밭에 심겨진 씨앗은 무엇이며.. 난 그 좋은 씨앗을 키우기에 기름진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되새겨 보자. 혹여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자라나 그늘을 지우거나 근심의 엉겅퀴가 뒤덮었는지, 아니면 상실감에서 오는 고통이 땅을 메마르게 하지는 않았는지... ... 언제나 살피고 살펴서, 사랑과 기도와 명상의 따스함으로 덮어서.. 좋은 씨앗이 발아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내 마음을 비옥하게 만들어가자...

Walden #6 - 자신을 찾기
[ ... 사람은 그 때마다 나침반의 위치를 다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 p246 >

난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나'만을 보고 있다. 모든 것이 초기화된 상태에서 나를 다시 보는 것, 그것이 자신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솔직한 통찰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나에서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남편으로 아들로 형으로 친구로... ... 모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의미로 되어가는 걸게다.
가장 본질적인 나... 태초부터 사랑받기 위한 존재인 나는 사랑받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Walden #7 - 시인과 사랑
[ 농부, 사냥꾼, 군인, 신문기자, 심지어는 철학자마저 겁을 집어먹을 수 있겠지만 시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의 동기는 순수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 p384 >

철없던 중학시절에 나도 시를 잘 쓸 수 있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래뵈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시를 학급게시판에 걸었으며, 중학교 1학년 시절엔 담임이셨던 국어과목 안맹숙 선생님의(아.. 나의 존경하는 선생님이지.. 지금은 어디계실래나..) 가르침에 싯귀를 끄적이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항상 시험을 빨리 치는것으로 (그렇다고 잘 친건 아니지만 -.-) 자부심을 삼았던 나는 (왠만한 암기 과목은 5분에 마무리했으니.. 무지 빨리 쳤다.). 남는 시간을 시험지 빈칸에 잡다한 글로 매꾸기도 했다. 그 옛 흔적을 지금도 일부나마 가지고 있어서 가끔 훑어보곤 한다.

고3 시절 맘먹고 쓴 소설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았지만)이 선생님의 엄청난 비판을 받은 뒤에 자존심이 상해 더 잘 쓰겠다고 소설 작법을 읽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글에 대해 아주 조금이나마 눈이 뜨여가면서 나의 재능이 그쪽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왜냐하면.. 시인이란 먼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며 자신의 따스함을 글로 표현하고 압축하는 탁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따뜻한 마음을 가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것을 아름다운 노래로 표현하는 능력도 없다. 이것은 .. 타고나는 것이다. 물론 노력에 의한 위대한 시인도 있다지만 (마리아 라이너 릴케같은...) 결국. 시란 것은 마음이기 때문에 마음을 키워가는 것이 안된다면 요원한 일일거라고 생각하고 말 따름이다.
 
Walden #8 - 다양성 속의 조화, 자연법칙
[ 우리가 자연의 법칙을 모두 다 안다면, 단 하나의 사실이나 혹은 단 하나의 실제적 현상의 기술만 있으면 그 시점에서의 모든 구체적인 결과를 추리할 수 있을 것이다. ... ... 개개의 법칙은 우리가 사물을 보는 시각과도 같다고 하겠다. 즉 길 가는 나그네가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산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그것은 절대적으로 하나의 형태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한한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산은 쪼개거나 구멍을 뚫어보아도 그 전체가 파악되지는 않는다. ] < 월든 : 핸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 p415-416>

사실 난 자연의 법칙을 인간이 모두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자연의 움직임을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인간에게는 과분한 일이다. 그 광대함과 깊음은 인간이 영원히 도달 할 수 없는 점근선에 위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인간의 지식은 상대적인 것이며 발견의 크기는 뉴턴이 말했듯 넓은 백사장에서 이쁜 조개껍질 몇 개 찾아내는 작은 아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작은 조개껍질 하나가 아이에게는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겠지만... ...

소로우는 사물을 보는 다양성에 대해 논한다. 한 걸음 갈 때마다 산의 모습이 달라보이듯, 아무리 땅을 파고 쪼개어 보아도 결코 그 본질에 다가갈 수 없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적한다. 내가 보는 것과 네가 보는 것. 둘 사이의 간격을 제로 베이스에 둘 수 있다면... ...

전쟁의 궁극적인 이유는 서로간의 이해가 합일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인간만이 협상할 수 있는가? 자랑스럽지 못한 일이다. 뒤집어 말하면 인간은 협상을 해야 할 만큼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협상의 대부분은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지 않는가? 그러나 Win-Win의 협상은 궁극적으로 협상의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이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1 =2라는 자연법칙을 뛰어넘은 인간의 능력.. 그것은 본질적으로 이해와 관용에서 비롯된다. 세계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이 이해와 관용일 수는 없을까? 
http://dentalife.tistory.com2009-12-04T17:51:23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