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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S

13일에 금요일에 내린 140년만의 폭설


다음은 제가 버팔로에 2006년에 와서 본 첫 눈에 대한 소감(?)입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2년동안 눈을 보기 힘든 동네에 살았던 제게 버팔로의 첫눈은 은근히 기대되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겨울이 길고 춥다지만 얼마나 되겠나 싶기도 하고…

 

그날은 2006년 10월 12일 목요일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첫눈이구나.

 

첫눈이니 만큼 저는 이정도의 눈을 상상했었습니다.

 

윗 사진은 작년 겨울쯤 찍은 것인데요.

잘 보시면 나뭇가지들이 앙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는 10월초.. 나무에 아직 잎들이 잔뜩 달려 있을 때입니다.

내리는 눈이 나뭇잎에 걸리는 것을 보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지진 않을까,

쌓이는 눈을 보며 지붕이 내려 앉지 앟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물론…

버팔로에 익숙한 주위사람들은

이맘때 눈은 얼마든지 올 수 있다… 는 대단찮다는 반응이 다였습니다.

 

집에 돌아갔는데 밤이 되면서 눈발이 더 굵어지더군요.

 

2006년 10월 12일 밤.. 쏟아지는 눈

 

눈의 양도 양이었지만 나뭇잎이 그대로였다는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눈은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고, 아파트 앞의 큰 나무 (저희집이 2층이었는데 나무가 2층 건물보다 높았습니다.)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저희 집쪽으로 점점 기울어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서웠습니다.

계속 지켜보는데 11시가 넘어서 결국 큰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지더니 나무가 기우는 것을 멈추더군요.

 

그렇게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이것은 눈이 잠시 그쳤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10월 12일 저녁이지요.

이 정도였으면 정말 기뻤겠습니다마는…

 

 

다음날 아침입니다, ㅜㅜ

 

일단..

잡앞이 무릎까지 눈이 차올랐습니다.

 

왼쪽의 쓰러진 나무가 보이십니까?

큰 가지가 부러져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 밤에 또 눈이 왔습니다.

또...


정면에 멀리 보이는 차고가 보이세요?

그 다음 날 서너군데의 천장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서 속에 있던 차들을 덮쳤습니다.

 

눈을 피하기 위해 차고에 넣는 것인데… …

 

그 다음 주 월요일은 버팔로의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았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구요.

137년 만인가 만의 폭설이라더군요.

그것도 10월에…

13일의 금요일이라고도 말이 많았지요. ^^

 

많은 지역이 정전이 되어 사람들이 추위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저희집은 일시정전이 몇 번 되고 수도가 잠시 끊기는 걸 제외하고는 괜찮은 편이었구요..

 

이틀정도는 집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보니…

 

 

 

온 동네가 이모양이더군요.

 

대부분의 나무들이 통째로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졌습니다.

 

눈의 무게 때문에 벼락 맞은 듯 세로로 갈라진 나무들도 있었구요.

 

버팔로의 가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었는데, 이 때 이후로 많이 안 좋아 졌습니다.

나무의 수도 적어졌고, 그나마 살아남은 나무도 잎이 많이 없어졌거든요.

 

 

버팔로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요.

이 첫눈의 기억은 몇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


참고

"Friday the 13" Buffalo, New York snow storm in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