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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tistry

불소와 충치

이전에 충치가 설탕 섭취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미미하지만 치아를 재생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도 말씀드렸지요.

치아 회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물질중 하나가 불소인데요.

1800년대까지 설탕섭취량과 충치가 비례하는 상황을 역전시킨 것이 바로 불소의 사용입니다.

물론 불소의 유해성 논란이 있어서 충치 예방을 위한 불소 사용, 특히 상수도의 불소화는 찬반양론이 뜨겁지요.

 

그럼..

저는 상수도 불소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부시고 ^^ 불소에 관한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불소(Fluorine)와 음이온화된 불소(Fluoride)

좀 학문적인 애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주기율표, Periodic table, from Wikipedia.org, modified by dentalife>

 

예전 화학시간에 배웠던 주기율표… 기억나시나요?

 

불소는 영어로 Fluorine이라 하며 할로겐 족의 반응성이 강한 물질입니다.

화학시간에 반응성 좋은 넘으로 나오지요 ㅎㅎ

그리고, 아시다시피 강한 독성물질입니다. ^^

 

그런데 말이지요.

불소자체는 강한 독성물질이지만 불소 화합물, 즉 이온화된 불소의 경우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

영어로는 불소원소 자체는 Fluorine(플로린), 음이온화된 불소(F-)는 Fluoride(플로라이드)라고 합니다.

불소가 어떤 화합물을 이루고 있는지가 불소의 독성여부를 가리는데 중요하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여기서 다른 원소를 하나 예로 들겠습니다.

바로 염소(Chlorine, Cl)입니다.

염소 역시 강력한 독성물질입니다.

위의 주기율표를 보시면 염소는 불소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기율표를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보시면 불소가 염소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염소는 수소와 결합하면 염산이 되지요…

 

그러나…

염소는 나트륨과 결합하면 소금이 됩니다.

소금을 가지고 독성물질이라고 하실 분은 없으실 겁니다.

소금이 물에 녹으면 염소는 나트륨에서 떨어져나와서 이온화된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온화된 염소는 몸에 해롭지 않을 뿐더러 몸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마찬가지로 수돗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불소는 이온화된 형태, 즉 Fluoride입니다.

치약이나 구강청정제 같은 곳에 들어간 불소도 물론 거의 무해합니다.

소금과 같은 안정된 화합물을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불소는 중금속이 아니므로 몸속에 저장되지도 않구요.

한번에 과다한 양을 복용한다던지 하는 위험한 일만 하지 않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즉 엽소(Chlorine)와 염화 나트륨(소금) 속의 염소(Chloride)는 다르듯이

불소(Fluorine)와 불화물에 들어간 불소(Fluoride)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시구요..

 

물론 불소의 과다 사용은 몸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의 경우 불소가 함유된 치약 한 통을 다 먹으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 손이 닿는 곳에 치약을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불소의 또다른 부작용은 치아가 생성중인 나이대의 아이들이 고농도의 불소를 복용할 경우 치아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돗물에 함유되는 불소(1ppm)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수돗물의 불소화가 시작된지 65년이 지나도록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너무 깊이 다루면 복잡하니 불소의 독성문제는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불소화합물의 또다른 형태, 불화칼슘 광성, Fluorite, from wikipedia.org>

 

 

불소와 충치예방

그러면 불소는 충치 예방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요약하자면, 불소는 차아의 겉면과 결합하여, 충치균에 강한 내성을 지닌 치아를 만들어줍니다.

 

Ca10(PO4)6(OH)2 ->Ca10(PO4)6F2 (요렇게 변합니다… 지난번에 화학식을 물어본 분이 계셔서… ^^)

 

불소가 들어간 치아는 내산성이 강화되어 잘 부식되지 않게 되구요.

거기다 치아 최외곽층인 에나멜층이 재생되도록 돕습니다.

게다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충치 예방에 효과적인 것이지요.

지난번에 예고한 대로 불소가 어떻게 충치 예방의 도구로 도입되게 되었는지, 역사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불소의 발견


불소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이 발견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불소의 처음 발견은 불소가 치아에 끼치는 나쁜 영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 Colorado spring, Colorado, USA, from Wikipedia.org>

 

1800년대 후반에 맥케이라는 치과의사는 콜로라도에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이란 곳으로 치과를 개업하러 갑니다.

뭐.. 이분이 의료 봉사같은 것을 갔다면 좀 아름다운 이야기게 되겄습니다만, 불행히도 그런 고귀한 의사(?)는 아니었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에는 당시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치과를 개업하면 돈 좀 벌겠다고 생각을 하셨던 게지요.

 

어쨌든, 이 부자동네에서 치과를 열고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이분이 치과를 열고 환자를 보다보니 치아가 갈색으로 변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점차 왜 이 지역의 사람들만 치아가 갈색으로 변했는지 고민을 하게 되지요.

또, 이탈리아 나폴리에도 그런 지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궁금증이 가속화 되게 됩니다.

 

혼자서는 해결을 못할 것 같아서 당대에 유명한 사람을 하나 초빙합니다.

여기에 해결사로 등장한 분이 현대 치과학의 아버지 같은 블랙 박사(Dr. Black)라는 분입니다.

 

1909년에 블랙박사와 맥케이 박사가 함께 조사를 시작하는데요. 1923년에 아이다호의 오클리라는 곳에서 흥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마침 그 동네에 새로 상수원을 팠는데, 갈색이를 가진 아이들이 늘어난 겁니다.

그래서 물에 뭔가 원인이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되지요.

 

뭐.. 그렇다고 해도 이분들이 물을 분석하기에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또 한명의 조력자를 구하게 됩니다.

처칠(Churchill)이란 화학자가 이 팀에 합류하여 마침내 1931년에 고농도의 불소가 함유된 물을 이가 발육중인 어린아이들이 먹으면 치아가 갈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처음 맥케이박사가 갈색이에 주목한이래 (1901년) 30년만이었지요.

 

그러나 이런 불소의 부작용 뒤에, 맥케이박사는 이가 갈색으로 변하긴 했지만 그 동네에 충치가 정말 잘 안생긴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불소의 부작용이 밝혀짐과 동시에 불소의 이점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지요.

 

뭐..

그러핟고는 해도 어느정도의 농도의 물소가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어느정도의 농도의 불소가 부작용없이 이를 튼튼하게 하는지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1936년에 1ppm의 불소가 최적농도라는 연구결과는 나왔지만

 

아마…

2차대전이 없었다면 불소에 대한 연구가 그렇게 빨리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

 

무슨 말이냐구요?

 

2차대전당시 미국은 군인을 모집함에 있어서 건강진단 항목에 치과가 있었는데요.

조건이 아래위 맞닿는 이가 3쌍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답니다.

 

뭐..

지금으로써는 별것 아니지만, 무려 10%의 젊은이들이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해서 군대를 못갔다고 하네요.

상상이 가시나요? 18세정도의 젊은이의 10%가 3쌍이 치아가 없다는 것이…

 

미국으로써도 국민들의 치아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었지요.

그것이 미국에서 불소 연구가 가속화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1945년에 드디어 미시건주의 그랜드 레피드(Grand rapids)에서 처음으로 상수도의 불소화가 이루어집니다.

학자들이 달라붙어서 어떤 부작용이 생기지 않나 세심하게 관찰을 했지요.

 

 

<Grand Rapids, MI, USA, from wikipedia.org>

 

음..

요즘같으면 그런 실험은 인권문제때문에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어쨌든..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부작용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고, 아이들의 충치가 무려 60%나 감소한 것이었지요.

물론 올해 65주기를 맞았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직까지 미국 전체가 상수도 불소화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수도 불소화 현황 – from wikipedia.org>

 

 

위 지도를 보시면 미국은 1992년에 이미 절반 이상이 상수도의 불소과가 끝났습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구요.

미국 NIH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시도된 어떤 방법보다 불소의 사용이 성공적인 충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상수도의 불소화 지역과 충치 발생은 세계적으로도 반비례하는 추세입니다.

WHO에서는 여러가지 여건으로 상수도의 불소화가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불소가 함유된 우유를 공급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이루어진 10,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참가한 대규모의 실험에서 불소가 함유된 우유를 마신 아이들의 충치 발생율이 현저하게 낫다고 나왔더군요.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치약에 함유된 불소와 불소 가글에 대한 이야기는 구강청정제와 치약에 대해 다룰 때 조금씩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