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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the US

영어 이야기 (2) 영어 때문에 아내의 아들이 되다



미국에서 살다보면 아무래도 영어가 외국어이다 보니 영어로 인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예전에 What’s up에 얽힌 추억도 한 번 소개했었는데요.

 

>> 예전 글 보기: 와써~? What's up ?

 

이번에는 영어 때문에 저희 가족에게 일어났던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

 

1. 영어에 한국말 섞어 쓰기

 

제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영어에 한국말을 섞어 쓰는 것 입니다.

특히 상황이 급하거나, 말을 만들어 내기가 힘들어 버벅대고 있을 때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요.

웃기는 것은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문맥속에 잠시 한국말이 들어가도 걍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참 떠들다가 중간에 말이 헛 나간 경우 – 아니,참.. 그게 아니고 등의 짧은 한국어가 가끔 무의식중에 튀어나옵니다.

순간 제가 한국말을 했다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혹시 주위에 한국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과, 저 뿐입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미쿡 사람들은 제 발음과 문법이 엉망인 문장에서 자기들이 필요한 말만 추려서 듣기 때문입니다.

 


Horned Owl by MrClean1982 저작자 표시비영리

 

2. 사이다가 먹고 싶은데…

 

영어를 쓰면서 영어 단어와 한국에서 종종 쓰던 단어의 쓰임새가 틀려 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샤프를 Sharp pencil이라고 한다던지 (mechanical pencil 입니다.)

잠바 (점퍼? 이건 어느나라 말인지 -_-;)를 Jumper라고 한다던지 (영화냐? Jacket이라고 걍 씁니다.)

호치케스라는 단어도 써 봤고, 커터 나이프 라고도 해봤습니다. ^^;;

스킨 로션이라는 단어도 있네요.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별의 별 콩글리쉬가 다 등장합니다.

특히 생활용어에 무지하게 약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스토리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데요.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될 때의 일입니다.

장을 보러 마켓에 가서 물건을 샀는데, 계산 하는 친구가 뭐라뭐라 하더니 손잡이가 없는 종이로 된 백에 제 물건을 담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식료품을 파는 grocery market 에서 종이백에 물건을 담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 비닐백을 원하면 거기에 담아달라고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 때는 그런 것은 몰랐지만, 손잡이가 있는 비닐 봉지가 엄연히 옆에 있는데 안 주길래, 손에 들고가기 편하게 비닐 봉지를 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딴에는 간단한 영어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비닐 봉지가 영어로 뭐지? 봉지는 bag이고 비닐은 영어이니 vinyl bag이겠군...

이라고 생각하고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Can I have a 봐이뉠 백(vinyl bag)?" 이라고 멋지게 발음했는데…


점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What? 이라고 해주더군요.

다시 한 번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지요.

(걍 손으로 가르켰어야 했는데 말이죠 ㅠㅠ)

비닐봉지는 plastic bag이라고 한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다음 얘기는 아내가 부모님과 미국에 처음 오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women in aviation
women in aviation by scottjlowe 저작자 표시비영리


처음 타는 국제선인데 외국 항공사를 이용한 터라 스튜어디스는 모두 외국인이었습니다.

마침 일행은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밥이야 뭐 메뉴도 주고 때때마다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으니 괜찮지만,

음료수는 어떻게든 스튜어디스를 불러 세워서 (영어로) 주문을 해야 했지요.


나이드신 부모님을 대리하야, 그래도 대학물을 먹은 아내가 주문을 하기로 했었답니다.

당시는 10년도 더 전이니 음료수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은 콜라와 사이다 정도였지요.

(스프라이트도 나오기 전입니다.)


둘 중 사이다를 시키기로 하고는 사이다라는 말이 당연히 영어라고만 생각한 아내는 열심히 사이다, 사이달, 시더…. 발음을 굴려봐도 꼬아봐도 외국인 아줌마는 알아듣지를 못하더랍니다.

하물며 “칠성 사이다” 까지 해봤다고 하는 군요. ^^


당연한 것이 영어로 Cider라면 발효된 음료수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지,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니까요. ^^


그… 때…

옆에서 가만히 앉아 계시던 아버님께서 하도 답답하신지 딱 한 마디 하셔서 상황을 평정하셨다고 하는데요,

 

  

<콜라독립 815, 칠성 사이다, 쎄븐 업… 출처는 좌로부터 from Donga.com, lottechilsung.co.kr, and wikipedia.org>


쎄븐 업 (7-up) !

콜라도 미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입니다.

Coke나 Pepsi라고 하지요.

쎄븐 업이라고 주문 한 것이 바른 주문 방법인 것입니다.

어쨌든 미국에서 절대 콜라, 사이다는 사용하지 맙시다. ^^

 

 

3. 비슷한 발음을 잘못 들어 오해하는 경우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듣는 것이 잘 안 돼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습니다.

때로 이해가 안되면 다시 되묻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

계속 반복되면 민망하기고 하고 귀찮기도 해서 잘 안묻게 됩니다.

 

그냥 적당히…씩 웃으면서 넘어가게 되지요 ^^

 

이번 에피소드도 아내에게 일어났던 일입니다.

클리닉에서 교수와 대화를 하는 중이었는데요.

 

My view
My view by heath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의료용 마스크를 끼고 영어로 말하면 진짜 알아듣기 힘듭니다. ㅠㅠ>


교수가 환자의 입을 살피며 물었답니다.

 

교수: you have cooked? (너 요리 해 본 적 있니? – 구어체 표현입니다. 문법 태클 반사)

아내: Of course! (물론이지)

교수: How many?

 

여기서 아내는 잠시 헷갈렸다고 합니다.

걍 얼마나 자주 하냐는 뜻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곤

 

아내: I have a husband. (나는 남편이 있어.)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신랑한테 음식을 해준다는 의미니까 뭐 대충 대화가 된 셈인데요.

 

그런데 교수가 갑자기 웃으면서

 

You are soooo brilliant. (너 정말 똑똑하구나)

You are so funny. (너 정말 웃긴다)

It is a very brilliant answer. (그거 진짜 명답이네)

 

이러더랍니다.

그 날은 저 교수가 왜 저러나…이러고 넘어갔는데요.

 

그로부터 무려 6개월여 후,

그 교수가 그 때 얘기를 다시 꺼냈답니다.

"너 그때 진짜 재밌었어, 내가 집에가서 아내랑 그 얘기를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러면서 말이죠.

아내가 한참 이게 무슨 소리냐 싶어 황당해하고 있으려니 교수가 혼자 설명을 하더랍니다.

 

Chibi Baby Naruto Characters
Chibi Baby Naruto Characters by lyk3_0n3_tym3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설명을 듣고서야 아내는 왜 교수가 그렇게 웃어 댔던지 이유를 깨달았는데요.

처음 질문에 Cooked라고 들었던 단어가 Kids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바꾸면 그 때의 대화는 아래와 같이 됩니다.


You have kids? (너 애가 있니?)

Of course (물론이지)

How many? (몇 명이나 있니?)

I have a husband (난 남편이 있단다)

-_-;

 

저녁에 아내가 사과하더군요.

저를 애로 만들어버려서 미안하다고 ^^;


결국 kids를 cooked로 잘 못들어서 생긴 에피소드 인데요.

이렇게 한 두단어를 오해해서 생기는 웃기는 경우가 정말 많답니다.


(그 교수가 저를 이상한 눈길로 보길래 저는 왜 그런지 이해를 못했다지요 ㅠㅠ)


헉... 자고 일어났더니 제 글이 해외생활 베스트에 올라와 있네요.

블로그 시작하고 처음입니다. ㅠㅠ

재밌는 경험을 공유해준 아내와 추천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